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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에세이 영화 여행 맛집

산책이 나에겐 하이킹인 이유

by 도시천사 2026. 6. 3.

 

 

유유자적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고요히  나의 모습이 주말의 한적함을 닮아있다.

 

아늑함 속에 감춰진 , 그 누군지  쉽게 다가오지 못할  조용함이 이 묻어나 있는 공간이다.

 

시선이  딸의 얼에  머물 때  따라오는 긴밀한 무언의 비밀 같은 게 있다.

 

서슬 퍼런  단단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 촉촉했던 커피 맛도 냄새도 못 낸

씁쓸한 기울임으로 변해있었다.

 

나도 쳐다보고 이내 딸도 쳐다보고  살랑살랑 눈웃음 짓는 게 분명 무언가 있다.

 

"날씨도 좋고 하니까 도덕산 가자."

 

얼마나 쩌렁쩌렁 울리던지  가슴 펴진  몸이 조금은 움츠러든다.

 

몸이 육중하게  무거워진 나에게  움직임이 나무늘보와 같이 늘어진 몸놀림일진대 어울리지 않게  등산 가잔다.

실랑이 벌이고 싶지 않았다.

 

단숨에 허락하기엔  주섬주섬  머뭇거려진다.

거절의  뜻을 눈치 삼아 고개가 절레절레 자동으로 흔들거렸다.

 

이 좁은 공간에 티격대는 소리는 마치  괘종소리가 소리를 달고  따라다니는 것처럼  메아리 되어 귓전까지  오갔다. 

노년기 지형이고 실버들도  산책하기 좋아 힘들지 않다고 한다.

 

내 발음에 맞춰 줄 테니 산을 가야 한다는 둥,  운동부족이니  움직이라는 둥,  잔소리 대폭풍 전야제가 펼쳐졌다.

 

네덜란드, 덴마크 우루과이는 산이 없는 나라라서 좋겠다.

괜스레 핑계 삼아 던진 말에 다들 어이없어 망연자실한 얼굴들을 하고  있다.

 

마땅히 할 말은 사라진 지 오래   누구 한 사람 할 말이 찾지 못하고 자리매김만 하고 있다.

무색하기 짝이 없는  나로서는,  궁색한 대책으로  나온다는 소리가 

"집에 오이 있는데  오이 가져가 먹을까?" 였다.

 

나로서는  입문이고  시작은 도전이고  모험과도 같았다.

이렇게 도덕산 산행은 나에게 오르막길부터 시작이 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서울 근교 비롯한  국토가 산을 끼고 산책로가 되고, 등산이 되고, 우리들이 자연으로부터

보호받고 있지 않나 싶다.

맑은 공기가 머리를 맑게 월계관을 씌워주고 있다.

 

경쾌한 발걸음이 가볍게 하는 마법 같은 것이 마음을 편안히 안정될 정도로 기분을 좋게 한다.

장관이  수려한 탓인지  아름드리 내뿜는 경관 또한 멋지고 내어 줄 만큼 충분히 피톤치드를 뿜어 내고 있기도 한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감소에 탁월하고,  면역력 강화, 강력한 항균 및 탈취, 피부증상 완화에도 효과 좋다 하니 

산행하기를  잘한듯 싶다.

 

가지런한 심호흡을 해본다.

깊게 들이마시고  입으로 천천히  내쉬기를 반복하면서 가져갈 수 있을 만큼 건강해지기로 마음먹는다.

 

폐활량이 가득 산소를 머금고  마음도 경건해지기 시작한다.

건강한 정신에 건강한 몸을 유지하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흔히 보지 못한 들꽃이 빼꼼히 수줍듯 인사하고  마냥  새침해 피어있다.

산바람에 한들한들 너울 대며 바람에 몸을 맡긴  하얀 데이지 꽃들도 군집 이루며  소담 소담 피어있다

애들이 이러는데 다음에 내가 또 안 올 수 있겠냐 싶다.

 

핸드폰 들고 이 방향 한 컷...

다음 자리 이동 해서 또  한 컷...

자연스러운 사진  또 한 장..

 

연신 사진을 찍으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가, 문득 굽혔던 허리를 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함께 온 일행이 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며 아무리 시선을 넓혀도 좀처럼 보이지 않자 덜컥 당황하기 시작했다.

 

 

'나를 놀려주려고 먼저 내려갔나 보다'  하며  체념 섞인 의연함으로  마음을 달래보지만, 한편으론

'나를 두고 먼저 가다니' 하는  억울함과 감당하기 힘든 혼란이 동시에 밀려왔다.

 

어차피 내려가는 길목이었으니 내려가는 길도 곧장 내려가면  되겠다 싶어, 잰걸음으로 뒤처친  마음을

동여 메고 빠르고 급하게 내달렸다.

뉘엿뉘엿 해 지는 어스름이 아니어서 무서움은  덜했다.

 

내리막길이 나를 이끌 듯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

멀치감치 건물 외벽이 보이고 있다.

내가 처음 발 디뎠던 오르막길이 아니네?

 

막막함이 절실하게  뜬 구름 잡듯 허공에  대고 소리치고  있다.

두려움이  덜컥 반 더  차올라 가슴 턱까지 매몰차게 헉헉 대려 한다.

지금 이 하늘 은 내 편이 아닌 거다.

 

다시 되돌이표처럼 반복되는 모양새이다.

그 자리 그대로  오차의 범위도 없이 또박또박 앞으로 나아간다.

 

이 길은 또 왜 잘 만들어 놨는지 세 갈래의 길 앞에 멈칫 서있었다.

내가 왜 등산을 하겠다고 나선건지 후회가 된다.

 

다음에 또 가자고 하면 절대로 등산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앞서기 시작했다.

이마의 땀방울까지  열 열하며  흐르고 있기를 반복한다.

 

생각해도 웃긴 건 두려움 앞선 걱정을 하는 잰걸음 속에서도  사진을 연신 찍어댄다.

이런 것이 왜 여기 있는 거지? 한 컷

물 펌프질 하며 물질했을  유물이라  다시  또 한 컷

 

 

앞서거니 뒤서거니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의 냄새가 난다.

청각이 열리고 몸짓이 군중의 힘이 있는 곳으로 몸이 몰아세워지고 있다.

 

주위의 나무와 꽃과 잎들이 길을 트여주고 있다.

 

지붕이 높은 우리 가족 차가 먼발치에서 가까스로 보이기 시작한다.

 

부스럭 소리 돌부리 굴러가는 소리를  들었는지 딸아이가 

"엄마?"

걱정 섞인 목소리로  재차 내 엄마가 맞는지 확인하려  목소리를 높인다.

 

눈물이 핑 돈다.

창피하게 눈물이 쏟아질게  뭐람!

이게 아닌데 

 

흐르는 걸 애써 감추려 드는데 이미 늦었다.  

엉엉 소리 내며 울음이 쏟아져 나온다.

 

옛 기억을 더듬으면 이렇다.

 

온 방을 게워 낸 아픈 언니가 있었다.

엄마를 찾아오라 죽을 듯한 목소리로 나를 재촉한다.

그때는 내가 어렸을 여섯 살 무렵으로 기억한다.

산자락  기슭아래  논두렁 밭두렁  밭 일 하러 떠난 엄마를 찾는다고 나선 것이다.

 

석양은 물들어 뉘엿뉘엿 해가 지기를 서서히도 아니고 순식간이었다.

사방은 조용하고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는 분간하기 어려운 초야산간이었다.

 

겁이 없었던 건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 하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밭둑길을 지나치던 아저씨 한 분이  어린 나를 두고 

주소를 묻는다.

전남 무.....

또박또박 책 읽듯이 외우고  있었던 터라 다행이었다.  

 

그때의 조그마한 몸으로 돌아간 지금 나는 부르튼  농부에 손에 이끌려

자전거 뒷자리에 태워지고 있다.

 

고무신 한 짝이 미끄러지듯 벗겨지고 있다.

말 한마디 못 한 채 황량한 들판에   고무신 한 짝 덩그러니 놓아진다.

 

이 눈물은 이름 모를 아저씨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