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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에세이 영화 여행 맛집

새벽이 만든 여명 속에서 발견한 물회의 참맛

by 도시천사 2026. 6. 7.

 

노량진의 새벽, 물회에 담긴 삶

 

 

토요일 아침 일찍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신선함을 낚으러, 가족 모두 새벽길을 쌩쌩 가르며, 도로를 달리고 있다.

 

다른 날 같으면 차 안에서 눈을 감으며 조용히 음악을 듣고 가지만, 오늘만큼은 새벽녘 주어진 시간만큼, 많은 것들을 눈에 담으려 놓치기 싫어 눈을 뜬 채다.

 

시선은 점차 좁혀지며, 뜬구름 잡듯 모호했던 주변 풍경을, 하나씩 담아내기 시작한다.

 

하나하나 신경 쓰며 시선은, 건물 하나하나 눈에 띈 명찰을 읽어 내리고 있었다.

 

아침 공기의 맑음을 흡입하며, 콧바람 들이마시는 흡인력이, 아침을 맞이하는 고요함 같다.

 

하늘은 땅을 향해 낮은 무게감을 드리우고, 대지는 그 하늘과 맞닿으려는 듯 광활하다. 

 

고가 밑의 낮은 능선을 따라 내 동선도 촘촘히 따라간다.

 

자동차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앞으로만 조용히 내달리고 있다.

 

건물 사이로 걸린 둥근 해가 동쪽 길을 알려주려는 듯,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한다.

 

붉은 주황색이기 전에 옅은 핑크빛을 달고 온 연주황 같기도 하다.

 

해는 스멀스멀 기어오르듯 천천히 오르나 싶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틔어 오른다.

 

둥그렇게 불타오르듯 여명의 새로움은, 발분세분 아침을 그려 내고 있다.

 

지금은 곳곳에 묻어 나온 축적된 삶이 그려진 곳으로,  눈이 초점을 맞추려 한다.

 

내가 여명을 벗 삼아 이곳에 도착할 즘, 이곳 사람들은 이미 벌써 여명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일손 놀리기 바쁘기만 하다.

 

사람들은 건물 실내 빛에 의지한 지 오래인 듯, 아무렇지 않다고 하는 것 같다.

 

아침 동튼 해는 새벽이 버거운 색깔을 지니고 있다.

 

빛이 새어 나갈까 무섭게,  상인들은 바쁜 손놀림으로,  손님 맞을 채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삶의 터전이라 볼 수 있는,  경이로운 풍경 모습에,  마음속이 나는 애써 놀라움을 감춰 본다.

 

마침 배에 실린 러시아산 대게가 들어오고 있다.

 

바쁜 사람들의 목소리가, 일사천리 신속하게 움직여진다.

 

삶이란 이렇게 이고 지고, 삶이 묻어나고 있는 곳이 이곳이구나.’

 

실감 나게 속속들이,  나는 현장 체험 속에 파묻힌다.

 

높고 낮음의 소리가, 제각기 필살기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경매사의 외침은, 마치 외계어처럼 시장을 메우고, 낙찰과 함께 짧은 환희가 스친다.

 

하지만 그 소란함은 밀물처럼 들이쳤다 쎃물처럼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남겨진 공허함이라니, 방금 전까지 뜨겁던 현장이 순식간에 식어버린 그 자리를 보며, 삶이란 이런 찰나의 연속인가 싶어 숙연해진다.

 

뭐라 알 수 없는 외계어에 낙찰, 또다시 외계어에 낙찰

 

낙찰받는 이의 얼굴에서,  찰나의 회심 어린 미소를 읽어본다. 

 

조금 전까지의 짧고 간결한 군중의 외침은, 어디 가고는 없다.

 

허무하기 그지없다.

 

그 자리에 머문 자리,  밀물이 썰물 되어 빠져나간 줄도 모르게 공허함이 머문다.

 

이런 순식간에  들이치고 빠져나가는 그 찰나의 시간은, 도무지 시계로는 잴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사람들도, 경매의 열기도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짧은 공백 끝에, 비로소 삶의 진한 풍경이 녹아 내리고 있었다.

 

 

삶이 여기서부터 녹아내리고 있다.

 

바쁜 손놀림 속에 녹아드는 삶이,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참삶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열심히 살아지는 삶 속에서 살아나기 위한, 지켜내기 위한,  그 연속이 인생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들에게서 나오는 높낮이에, 가려진 언어들을 존경한다.

 

생과 사에 짊어지려 드는 얼굴들과, 살아가는데 지표로 쓰일 손짓과, 이리 뛰고 저리 뛰어질 삶 자체인 것들에, 존경심이 아우러진다.

 

여러 보살핌을 담아, 해마다 거쳐 갔을 이 날들을, 기억하려 애써 본다

 

부스럭거리는 비닐 소리가, 닦달하듯이 더 유난히 더 바스락거린다.

 

남편의 손안에 광어 한 마리,  파닥거리며 커다란 몸을 비틀거리고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광어는,  눈이 맑고 몸통이 단단하다. 

 

물회로 먹을 생선은,  이렇게 신선함이 생명이다.

 

좋은 재료가 곧 삶의 정직함을 증명하듯,  이 녀석이면 오늘 물회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부랴부랴 부재료를 수확하려,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무더운 여름철 입맛을 살려 줄 물회

 

그냥 이름만 쉽게 이름 오르내리는, 그냥 이름 물회가 아니길 바란다.

 

그래도 참 잘 먹었다는 탄성이 나올만한 물회를 먹는다면,  그래도 어부의 노고가

묻어난 땀방울을 기억해야 한다.

 

살얼음 띄운 육수에, 신선한 제철 채소를 듬뿍 곁들이고, 마지막에 참기름 한 방울과 통깨를 뿌리면, 새벽 시장의 풍미가 비로소 완성된다.

거창한 요리법보다 중요한 건, 오늘 우리가 만난 이 재료들이 품고 있는 시간이다.

 

깨어 있는 시장 안에서 시작임을 알리고, 책임과 노력, 성실로 마감하는 끝맺음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렇듯 삶의 현장을, 우리는 기억하기 좋은 이끌린 맛으로, 다시 바라보기를 청한다.

 

부담 없는 함께 하는 세상을 맛으로 표현하며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