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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의 새벽, 물회에 담긴 삶

 

여름 별미 물회 맛을 알고 나서  오늘 하루 새벽 문을 열다

 

무더운 여름 아침 일찍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신선함을 낚으러, 가족 모두 새벽길을 쌩쌩 가르며, 도로를 달리고 있다.

다른 날 같으면 차 안에서 눈을 감으며 조용히 음악을 듣고 가지만, 오늘만큼은 새벽녘 주어진 시간만큼, 많은 것들을 눈에 담으려 놓치기 싫어 눈을 뜬 채다.

 

시선은 점차 좁혀지며, 뜬구름 잡듯 모호했던 주변 풍경을, 하나씩 담아내기 시작한다.

하나하나 신경 쓰며 시선은, 건물 하나하나 눈에 띈 명찰을 읽어 내리고 있었다.

 

아침 공기의 맑음을 흡입하며, 콧바람 들이마시는 흡인력이, 아침을 맞이하는 고요함 같다.

하늘은 땅을 향해 낮은 무게감을 드리우고, 대지는 그 하늘과 맞닿으려는 듯 광활하다. 

 

고가 밑의 낮은 능선을 따라 내 동선도 촘촘히 따라간다.

자동차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앞으로만 조용히 내달리고 있다.

건물 사이로 걸린 둥근 해가 동쪽 길을 알려주려는 듯,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한다.

붉은 주황색이기 전에 옅은 핑크빛을 달고 온 연주황 같기도 하다.

 

해는 스멀스멀 기어오르듯 천천히 오르나 싶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틔어 오른다.

둥그렇게 불타오르듯 여명의 새로움은, 발분세분 아침을 그려 내고 있다.

지금은 곳곳에 묻어 나온 축적된 삶이 그려진 곳으로,  눈이 초점을 맞추려 한다.

 

내가 여명을 벗 삼아 이곳에 도착할 즘, 이곳 사람들은 이미 벌써 여명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일손 놀리기 바쁘기만 하다.

사람들은 건물 실내 빛에 의지한 지 오래인 듯, 아무렇지 않다고 하는 것 같다.

 

아침 동튼 해는 새벽이 버거운 색깔을 지니고 있다.

빛이 새어 나갈까 무섭게,  상인들은 바쁜 손놀림으로,  손님 맞을 채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삶의 터전이라 볼 수 있는,  경이로운 풍경 모습에,  마음속이 나는 애써 놀라움을 감춰 본다.

 

마침 배에 실린 러시아산 대게가 들어오고 있다.

바쁜 사람들의 목소리가, 일사천리 신속하게 움직여진다.

 

뱃사람 통한 노동의 힘든 삶 직관하다

 

‘삶이란 이렇게 이고 지고, 삶이 묻어나고 있는 곳이 이곳이구나.’

실감 나게 속속들이,  나는 현장 체험 속에 파묻힌다.

높고 낮음의 소리가, 제각기 필살기처럼 들리기 시작한다.

 

알아들을 수 없는 경매사의 외침은, 마치 외계어처럼 시장을 메우고, 낙찰과 함께 짧은 환희가 스친다.

하지만 그 소란함은 밀물처럼 들이쳤다 썰물처럼 순식간에 빠져나간다.

 

남겨진 공허함이라니, 방금 전까지 뜨겁던 현장이 순식간에 식어버린 그 자리를 보며, 삶이란 이런 찰나의 연속인가

싶어 숙연해진다.

뭐라 알 수 없는 외계어에 낙찰, 또다시 외계어에 낙찰

낙찰받는 이의 얼굴에서,  찰나의 회심 어린 미소를 읽어본다. 

조금 전까지의 짧고 간결한 군중의 외침은, 어디 가고는 없다.

 

허무하기 그지없다.

 

그 자리에 머문 자리,  밀물이 썰물 되어 빠져나간 줄도 모르게 공허함이 머문다.

이런 순식간에  들이치고 빠져나가는 그 찰나의 시간은, 도무지 시계로는 잴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사람들도, 경매의 열기도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그 짧은 공백 끝에, 비로소 삶의 진한 풍경이 녹아 내리고 있었다.

 

 

삶이 여기서부터 녹아내리고 있다.

바쁜 손놀림 속에 녹아드는 삶이,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참삶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열심히 살아지는 삶 속에서 살아나기 위한, 지켜내기 위한,  그 연속이 인생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이들에게서 나오는 높낮이에, 가려진 언어들을 존경한다.

 

생과 사에 짊어지려 드는 얼굴들과, 살아가는데 지표로 쓰일 손짓과, 이리 뛰고 저리 뛰어질 삶 자체인 것들에, 존경심이 아우러진다.

여러 보살핌을 담아, 해마다 거쳐 갔을 이 날들을, 기억하려 애써 본다

 

부스럭거리는 비닐 소리가, 닦달하듯이 더 유난히 더 바스락거린다.

남편의 손안에 광어 한 마리,  파닥거리며 커다란 몸을 비틀거리고 있다.

 

활기차게 움직이는 광어는,  눈이 맑고 몸통이 단단하다. 

 

                                              신선한 생선 고르는 핵심 체크리스트

항목  신선한생선 오래된 생선
눈        맑고 투명, 윤기 있음         흐리고 탁함, 움푹 들어감
아가미 선홍색, 촉촉함      갈색 검붉음, 냄새 심함
비늘/피부            반짝이며 단단히 붙음 색 바램, 쉽게 떨어짐
살/탄력      눌러도 금방 복원 자국 남음, 흐물거림
냄새 은은한 바다향            강한 비린내, 암모니아 냄새

 

 

물회로 먹을 생선은,  이렇게 신선함이 생명이다.

 

좋은 재료가 곧 삶의 정직함을 증명하듯,  이 녀석이면 오늘 물회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부랴부랴 부재료를 수확하려,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