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산한 아침 공기가 나를 깨운다. 어젯밤 비를 몰고 온 먹구름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일어날 시간이 아닌 줄 알면서도 눈이 떠진 탓에 이마살이 찌푸려졌다.
남편은 출근 준비로 분주히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유리창을 열어 환기를 하느라 화들짝 문을 열어젖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내가 일어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인데...
'대체 왜 저러는 걸까?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출근하고 싶어서 저러나.'
간밤에 비바람이 불어서인지 방 안에도 한기가 느껴진다.
발가락이 오므라들며 꼼지락거린다.
이불을 끌어당겨 새우처럼 두 무릎을 배꼽 위치까지 웅크렸다.
이불을 머리 위까지 뒤집어썼다.
시려온 얼굴에 한 자락의 온기라도 채워지도록 온몸을 동그랗게 말아 에워싼다.
남편은 덮어둔 이불을 매만지고, 창문을 드르륵드르륵 열고 닫기를 반복한다.
몇 번의 수고를 더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참 열심히도 움직인다.
'일어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빠져든다.
이제 전업주부가 되었으니 아침밥을 챙겨줘야 마땅하다.
정말 챙겨 먹고 출근하고 싶어서 저러는 걸까 싶으면서도, 짐짓 배짱이 두둑해져 아니꼬운 마음에
일어나기를 거부해 본다.
바지를 추스르고 허리벨트를 채우는 소리, 지퍼 올라가는 소리가 새벽 공기 속에 더욱 크게 들리는 듯하다.
내 영혼의 의식은 아직 침대 위를 떠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미동도 없이 누워 소리가 나는 쪽으로 귀를 활짝 열어둔다.
그 소리를 마중 나간 내 의식이 자아를 깨우기 시작했다. 마음은 벌써 육중한 몸을 일으켜 깨웠건만,
여전히 무거운 몸은 가만히 누워있기만을 고집한다.
문득 남편이 조금만 더 너그럽고, 나를 배려해 줄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조금만 더 조용히 움직여 주면 좋으련만...
그때 정수기 물이 컵에 담기는 소리가 들렸다.
물이 폭풍우처럼 수중 낙하하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방 안을 울린다.
"오늘 아침도 물 배만 채우고 가려나 보네."
"내가 지금 일어나서 아침밥을 챙겨주면 오히려 더 어색하겠지?"
"그냥 잠든 척, 가만히 있자."
아무렇지 않은 듯 여전히 자는 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남편은 나를 깨우는 대신 딸아이를 깨우고 있다.
딸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행동한다.
말짱한 목소리로 깨어있는 척, 또렷하게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만
남편이 나가면 또다시 잠들어 버릴 게 분명했다.
늘 해가 하루의 반쯤 차올랐을 때야 일어나던 아이니까...
남편은 딸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눈 뒤 엘리베이터를 호출했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서야 나는 이불 밖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드디어 남편이 출근했다.
딸아이는 방문을 조용히 닫고 다시 새벽잠을 청하러 들어간 듯하다.
조용함을 싣고, 침묵은 새벽을 가른다.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만 사방을 훑으며 바삐 움직일 뿐이다.
'아침 공복에 물 마시는 습관은 좋은 거니까... 남편은 스스로 몸 관리를 잘하고 있는 거야.'
'아침을 안 먹고 가도 사무실에서 모닝커피를 마실 거고, 이른 점심을 먹을 테니 너무 미안해 하지 말자.'
주부로서 가져야 할 미안함과 염치는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내심 괜찮은 척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해 본다.
일어나 창문을 닫는다. 나의 하루는 그렇게 오전 5시 30분부터 시작된 셈이다.
오늘따라 가슴 한구석이 아리도록 춥게 느껴진다.
두 어깨를 움츠리고 체온을 감싸 안듯 두 팔로 서로를 향해 온기를 모아본다.
나를 깨우던 그 소란스럽던 소리들이 사라지자 집안은 엄숙할 정도로 고요하다.
문득 깨닫는다. 아내를 깨우지 않으려 혼자 분주했던 남편의 그 서툰 소음들이, 실은 나를 더 자게 해주고
싶었던 남편만의 '너그러운 배려' 였음을...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마음을 안고, 모전여전이라는 말처럼 나 역시 다시 침대 위로 스르르 몸을 맡긴다.
낮게 가라앉은 내 몸이 편안히 내려앉으며, 남편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품은 채 두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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