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커피 한잔의 여유가 오늘의 날씨와 딱 맞아떨어졌다.
맑은 새벽 아침 공기가 그랬고, 틈새 사이로 비치는 부드러운 햇살이 그랬다.
이대로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평온함이었다.
짹각 짹각 시계 추 울림의 소리도 듣기 편했다.
이 공간은 나의 쉼터의 텃밭인셈이다.
지금 그대로의 여정에 머물고 싶은 날이기도 했다.
따뜻한 커피로 마른 입술을 적시며 잔을 입가에 갖다 될 즈음
조용히 나선형을 그려내듯 새초롬한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발걸음 박자 수에 맞게 슬리퍼 끝자락도 급히 거실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었다.
"엄마, 내 다리 좀 봐줘"
"간지러워서 긁었는데 이렇게 됐어"
조용했던 아침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지직 내 감성은 여기까지였다. 뇌파는 흔들거렸고 내 기둥을 잡으려고 허둥거리고 있었다.
오늘의 일과는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다.
하필 왜 하필이면 오늘 병원 진료가 없는 요일에 맨날 아프다고 하는 걸까...
물먹은 붓 끝선 하나가 흩뿌려지듯 사방으로 뿌려지고 갈라지고 흩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시간은 멈춰버린 듯했다.
내 감정도 함께 굳어버렸다.
시간이 갈라지며 내치는 소리는 파동이 되어 끝내 터지고야 말았다
갈라진 내면의 소리가 결국 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아니 너희들은 아프면 왜 하필 병원 문 닫는 저녁 이거나 병원 진료가 없는 날 아프다고 하는 건데'?
순간 딸아이의 동공이 커지는 걸 보고야 말았다.
엄마의 모습이 아니다는 의아함이 있었고 내가 바라는 게 이게 아닌데 라는 포기 같은 행동이 있었다.
방금 쏟아부은 말에 순간 후회를 하고 마음에 회초리를 들기도 전에 "쾅" 문이 닫히고 나서야
내가 아이에게 상처를 줬다는 걸 알았다.
그 작은 눈빛 하나가 마음에 걸렸다.
아이는 분명 엄마의 이런 모습을 그리지 않고 다가왔을 터였다.
'그냥 가볍게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한편으로 내가 뭐 틀린 말도 아닌데 저렇게 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
세상 따뜻한 엄마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 "세상에, 잠결에 얼마나 간지러웠으면 이렇게 됐어"...
'위로가 필요했을 텐데'...
'집에 있는 비상약이라도 찾았어야 했는데'...
아이의 방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다방면으로 해석하려 드는 조그마해진 엄마라는 존재가 있었다.
"피부가 빨갛게 붓고 많이 부었네" 부동의 자세로 마음 구석에선 채찍질로 동강동강 구색 맞추기 바쁘다.
이미 늦었다. 문 닫히는 소리, 그 여운이 아직도 귓가에 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사적으로 내 몸은 움직였다.
일요일 진료 가능한 병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비대면 진료 예약가능이라는 문구가 눈에 가장 크게 띄었다.

이젠 병원 안 가도 24시간 진료 가능하고 처방전도 우리 집 가까운 약국에서 찾아가라는 거였다.
기쁘다 못해 몸이 들썩들썩 거리고 마음이 바빴다.
"닥터나우가 있었다고"! 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참 편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구나".
아직 약국 오픈 시간 되기까지 좀 더 기다려야 했다.
혼자 조용히 웃었다. 오래 살아볼 가치 있는 세상이라서...
친절하게도 약국도 비상시 문 여는 곳도 알려 줘서 다행이었다.
정보를 이용한 이 편한 세상이 말 한마디의 실수와 미안함을 만회해 준 것이다.
말 한마디의 세심한 배려가 소통의 길이 되었음을 안다.
아이는 작은 상처도 보듬어 줄 주 아는 손길을 엄마에게서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딸과의 사이는 조금씩 부드럽게 풀려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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