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창밖으로 보이는 차들이 자난감처럼 작아 보인다.
그때 핸드폰 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눈과 귀, 그리고 손발이 , 한 몸이라도 된 듯 반사적으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들려오는 친정엄마의 목소리가 어딘가 모르게 시원하지 않다.
조그맣게 작은 소리로 쉬쉬한다.
얼굴을 벽 안쪽으로, 두 손은 핸드폰을 감싸 쥐고, 말이 새어 나가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도
말씀하고 있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 통화는 마무리되었다.
나는 지금 곧장 달려가듯 마음이 앞선 잰걸음으로 내달리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간 집안이 풍기는 기류가 우리 집과는 사뭇 다르다.
친정엄마와는 눈빛으로 먼저 말을 끝냈다.
그리고 손짓으로 가리키신다.
오늘 쑥 딴 건데 집에 갈 때 가져가라” 하신다.
시장바구니 안에 한가득이다.
쑥양을 보니 서너 시간은 족히 걸렸을 양이다.
지난주에도 쑥 딴 걸 주셨는데 또 웬 쑥이냐고 재차 묻는다
엄마는 누구에게 들킬세라, 누군가에게 들키면 안 되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게 구석진 곳에
숨겨놓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숨죽인 채 좁다란 박스 안에서, 가만히 있어야 했던 쑥이 와락 달려들어, 내 손안에 넘쳐나듯 밀려 들어왔다.
남동생은 엄마는 이런 고생은 사서 하는 고생'이라며 늘 걱정스레 말하곤 했다.
나 역시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쑥을 뜯고, 삶고, 그 물로 다시 족욕을 하는 번거로운 과정이,관절이 좋지 않은 엄마에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마 엄마의 그 열의를 '말리겠다'고 말하지 못했다.
아픈 통증을 견디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엄마의 절박함이, 그 쑥 바구니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말릴 것인가, 아니면 이 마음을 묵묵히 받아들일 것인가.' 동생과 나의 걱정 어린 시선 사이에서, 나는 결국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엄마가 쑥물을 찾는다면, 기꺼이 쑥을 삶고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고민해 보는 것이, 지금 내가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대답일 테니까
‘그래서 남동생이 알면 안 되니 이리 조용조용할 수밖에 없었나 보다.’
소파에 앉아 보지도 못하고 앉을 틈도 없이 서둘러 돌아 나와야했다.
엄마가 신발도 다 신지도 못하고 질질 끌다시피 나오신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운동 삼아 산책길을 나섰다고 하셨다.
엄마는 하천길에서 만난 아주머니께 들었다며, 쑥과 생강, 소금, 그리고 이름 모를 중국 향신료를 넣고 푹 삶아
족욕을 하면 관절 통증에 그렇게 좋다는 말씀을 늘어놓으셨다.
“뭘 그리 열심히 따세요.”
엄마는 그분과 마찬가지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아픈 사람은 아픈 사람의 마음을 읽었을까! 동질의 같은 통증을 앓고 있어서 그러셨는지 일장연설을 듣게 되더라고 하셨다.
쑥에서 나는 자연과, 고향에 대한 애착인 풀 내음이 좋아, 나는 이 쑥을 좋아했다.
워낙에 쑥의 향내가 좋아 고맙게도 덥석 받아 들었다.
내 마음을 알고 있는 엄마라서 좋다.
‘색깔도 좋으면 더 먹음직스럽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베이킹소다 티스푼과 함께 소금을 넣는다.
핸드폰 소리가 이젠 나긋하게 들려오는 음으로 울려지고 있다.
엄마 목소리였다.
쑥 삶고 난 물 버렸냐고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힘이 묻어나 있다.
쑥 삶은 물 안 버리고 있으면 달라 신다..
엄마는 약쑥 물이라 생각하고 ‘찜질하고 싶으신가 보다.’
엄마를 향한 걱정이 한 겹 더해져 마음이 무거워졌다.
베이킹소다를 넣어, 피부 발진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스러움이 더한다.
’ 어쩐다.‘
검색하기 시작했다.
베이킹소다는 작은 소량으로 괜찮다는 안심과, 그래도 걱정되면 물을 더 첨가해서
희석해서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엄마는 여든을 눈앞에 두고 계신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노후로 인한 관절이 얼마나 불편하면 그러는가 싶다.
통증으로 인한 고통이 심하기에, 지푸라기라도 건져 볼 생각으로 시도하고 싶으신 것이다.
족욕은 심신 안정, 피로회복, 그리고 근육 이완 등 그 쓰임이 좋은 효과로 쓰임이
있다.
나는 엄마가 받고 싶어 하신 쑥물은 드리기로 하고, 쑥떡은 쑥떡대로 드리고 싶어진다.
나는 지금 엄마가 되어 엄마의 마음을 읽는 중이다.
엄마가 아파서 시작한 쑥 찜질이, 이제는 내게 엄마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엄마가 절실히 원하시는 쑥물 찜질, 그게 엄마의 통증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쑥을 삶을 것이다.
쑥물을 준비하는 이 시간이, 결국 엄마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가는 내 방식임을 이제는 안다."
지금 이 주어진 시간은 관대함에 머물러 있다. 이 관대함은 지금 나에게 건강이라는 선물로
제공되고 있다.
자식들에게 피해 주기 싫다시던 우리 엄마, 오늘도 운동을 나가셨다.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걸으셨으면 좋겠다.
쑥물을 삶으며 나는 오늘도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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