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때로 식상한 일상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은 조용한 날이 있다.
주말을 앞둔 오후 누군가 슬며시 내민 제안, "내일 팥죽 먹으러 갈까?"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승낙했다.
오랜만에 콧바람도 쐴 겸 나들이에 나섰다.
목적지는 시흥 물왕호수, 로 정했다.
물왕호수는 도심에서 벗어난 자연환경과 산, 호수, 데크길까지 갖춰져 있어, 차 한잔의 여유를 부리기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이곳 공식 명칭은 시흥과 부천 지역의 명칭을 하나씩 새겨 흥부저수지였다.
1945년에 준공되어 50년대 이승만 대통령이 전용 낚시터가 되어 유명세를 탔던 곳이다.
이후 사람들에게는 물왕저수지로 쉽게 불리어 지금 까지 이렇게 불리어지고 있다.
비 갠 후 물왕저수지에 걸쳐 뜨는 무지개는 신선명이라 불릴 만큼 경관이 뛰어난 곳이기도 한다.
이곳에 이르면 곳곳이 숨은 맛집으로 선점되어 있고, 그래서 맛집투어로도 나쁘지 않아, 배경 또한 다채로워
절기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시작의 봄날을 알린 봄기운의 물왕호수는 삶의 생기를 닮은 새초롬한 생성의 푸르름이다.
이곳은 따뜻함과 향긋함이 배어있기 때문이라 좋다.
한여름 옷 입은 물왕호수는 녹음이 진한 울창함으로, 도약할 수 있는 힘으로 갖춘 의젓한 나무로, 빽빽이 들어차있다.
가을 하늘에 비친 물왕호수는 사방이 단풍으로 물들어진 수채화 같은 멋스러운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이 오면 촘촘히 쌓인 설경으로 채색된 경치를 보며, 모랑모랑 피어오른 뜨끈한 팔칼국수가 생각나게 하는 곳이
물왕호수이다.
이렇게 팥칼국수한 그릇에 든든히 배을 채웠다.
맛있는 건 더 많이 더 먹을 수 있는데, 하는 얄팍한 가벼운 욕심으로 붙들려 있다.
상기된 얼굴로 두둑한 배를 만지며 수려한 산기슭 한 번 쳐다보고, 너머 너머 그리고 한 고개 돌려 왼쪽으로 시선이 모아진다.
"저 긴 줄은 뭐지?"
내 배부른 상태도 잊은 채 발걸음이 빨리도 걸어지고 있다.
MBC발명왕도넛...?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니, 분명 맛집이 틀림없다.
맛집 투어 대열에 합류하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설렜다.
맛집이 이런 가까이 있으리라고는, 예상밖 기대 이상이라 반가움으 가득 찬다.
줄 서본다.
나도 맛집투어 대열에 합류된 것이다.
시간을 할애하고, 맛을 음미해 보려는 이에게 던져진 승부수는, 더 맛있는 맛으로 채워지는 만족감이 있을 것이다.
그보다 이런 기회를 접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이런 기회가 특수 효과인 것 마냥 한껏 부풀어있다.
웃음이 난다.
달달하고 쫀득한 찰진 맛이 담긴다.
사방이 나를 위한 행복감으로 도배되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산들바람, 해 질 녘 아슬아슬한 여운이 담긴 노을, 들뜬마음이 한가득이다.
내 이름을 불러본다.
이곳 진열대에 있는 가지 수대로, 다 사고 싶은 마음이다.
아이들을 핑계 삼아, 골고루 맛을 다 보고 싶어 진다.
"죄송합니다. 재료가 떨어져서 여기 있는 몇 가지로 고르셔야 합니다."
뭐라 할 말이 없어진 나
내 이름은 이미 땅에 붙어버렸다.
청천벽력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줄 서 있는 보람은 있어야 지였다.
기대했던 풍성함은 사라지고, 아쉬운 마음을 안고 몇 가지 맛을 골라 담았다.

그래서일까. 차 안 내내 뜨끈한 봉지에 힘이 들어간다.
만지작만지작 봉지 하나에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배도 부른 상태여서 집에 도착하면 애들이랑 같이 나눠 먹어야지.'
내내 물끄러미 쳐다보며 집에 도착했다.
봉지체 식탁 위에 두고, 잠시 돌아와 보니, 내가 사 온 도넛이 어디 가고 사라지고 없다.
사방을 둘러본다
나에게 잠깐이란 시간이 다른 사람에게 기다란 시간이었을까?
도넛 먹는 시간이 짧은 것이어서일까?
어이없는 웃음과 함께 밀려오는 서운함을 싣고 허탈해진다.
다음에 또 가면 되지.
위로하려 드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꼭 성공하리라 다짐하며, MBC발명왕도넛 2탄으로 찾아뵙기로 약속 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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